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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호모노 서평 (감상, 해석, 비평)

by letschangeall 2025. 8. 26.

성해나 소설 혼모노 표지

성해나 소설 『호모노』는 인간 존재를 탐구하면서도 기존 언어와 세계관의 틀을 흔드는 독특한 작품집이다. 작가는 삶의 깊은 고독과 사회의 부조리를 낯선 언어로 재배치하여, 독자에게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본 글은 『호모노』를 감상, 해석, 비평의 세 가지 시선으로 살펴봄으로써, 작품이 가진 문학적 가치와 독창적 미학을 조명한다.

감상: 낯설지만 강렬한 언어의 울림

『호모노』를 읽으며 가장 먼저 다가오는 인상은 낯섦이다. 단어들은 일상적 질서를 거부하듯 조립되고, 문장의 흐름은 예측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파격은 단순한 실험에 그치지 않고 독자에게 새로운 감각을 깨운다. 마치 세상을 보던 눈을 다른 각도로 비틀어, 전혀 다른 풍경을 보게 만드는 듯하다. 감상적으로 이 소설집은 인간 내면의 고독과 사회적 소외를 날카롭게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연민과 애정의 정서를 품고 있다. 파편화된 언어 속에서 독자는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만,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의지 또한 감지된다. 성해나는 불편한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며, 이를 통해 “소설이란 결국 현실을 견디는 방식”임을 보여준다. 읽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다 읽고 난 후의 여운은 깊고 묵직하다.

해석: ‘호모노’의 의미와 상징적 장치

제목 『호모노』는 인간(homo)과 부정(no)을 결합한 듯한 조어로 보인다. 이는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 혹은 반성의 태도를 내포한다. 성해나가 말하는 ‘호모노’는 단순히 인간을 지칭하지 않는다. 그것은 타락한 사회 속에서 왜곡된 인간성, 혹은 인간이면서도 인간답지 못한 존재를 가리키는 은유다. 작품 속에서 반복되는 이미지들은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깨진 거울, 흔들리는 그림자, 무너진 벽 같은 상징들은 자기 정체성의 붕괴와 사회 구조의 균열을 드러낸다. 또, 언어의 파편화는 기존 질서의 불신을 반영하며, 동시에 새로운 의미를 재구성하려는 소설가의 시도를 담고 있다. ‘호모노’라는 개념은 결국 현대인이 직면한 정체성 위기, 윤리적 혼란, 사회적 소외를 상징하는 장치다. 이를 통해 성해나는 독자에게 인간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믿어온 질서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질문한다.

비평: 현대시의 흐름 속에서 본 의의

비평적으로 『호모노』는 한국 현대 소설이 지향하는 실험적 언어의 대표적 성취라 할 수 있다. 성해나는 언어 자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며 새로운 의미 공간을 창출한다. 이는 포스트모던적 문학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지점을 차지한다. 이 작품의 미덕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언어적 실험을 통해 오히려 현실의 잔혹함을 더욱 뚜렷하게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독자는 난해함 속에서 쉽게 길을 잃지만, 그 불편함 자체가 곧 현실의 불편함과 맞닿아 있다.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해답을 주지 않지만, 그 공백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사유하게 된다. 한계 역시 존재한다. 지나친 파편화로 인해 독자와의 소통이 단절될 위험이 있고, 메시지가 모호하게 흐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시의 개방성과 해석 가능성을 넓히는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호모노』는 한국 소설이 언어의 실험과 현실 비판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텍스트라 평가할 수 있다.

성해나의 『호모노』는 언어와 존재, 사회와 인간성을 동시에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소설집이다. 낯설고 어렵지만 독자로 하여금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맞서게 만든다.

사유의 깊이를 확장하고 싶다면, 『호모노』는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