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는 “인류는 점점 덜 폭력적인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치는 역작이다.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 속에서 핑커는 역사적 통계, 사회학, 심리학, 신경과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며, 폭력이 줄어든 이유를 분석한다. 이 책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수치와 증거로 무장한 "사실 기반의 희망"을 제시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안전하고 평화롭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본 서평에서는 핑커의 핵심 논지, 주요 사례, 그리고 독자에게 주는 통찰을 중심으로 이 책을 살펴본다.
폭력은 정말 줄어들었는가?
많은 사람들은 세상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뉴스에서는 매일 전쟁, 테러, 범죄 사건이 보도되고, 사회적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핑커는 이러한 인식이 착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방대한 역사적 데이터를 통해, 과거에 비해 현재 인류가 훨씬 덜 폭력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예를 들어, 중세 유럽의 살인율은 현대보다 수십 배 높았으며, 국가 간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지난 세기 이후 급감했다. 아동 학대, 가정 폭력,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등 일상적인 폭력의 형태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핑커는 이를 “문명의 과정”으로 설명하며, 제도, 교육, 언어의 발달이 인간 본성 안에 잠재된 폭력성을 억제해왔다고 분석한다. 그의 주장은 단순한 의견이 아닌, 수백 개의 그래프와 연구 결과로 뒷받침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느낌’이 아닌 ‘팩트’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배울 수 있다.
인간의 뇌와 본성은 어떻게 진화했나
핑커는 인간의 폭력성뿐 아니라, 그것을 억제하는 능력—즉, 선한 본성—역시 진화의 산물이라고 본다. 그는 이를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라고 표현하며, 공감, 자제력, 도덕성, 이성, 연민 등의 심리적 능력이 폭력을 줄여온 핵심 요소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인간의 뇌가 어떻게 감정과 이성을 균형 있게 다루게 되었는지, 그리고 사회적 규범이 이 진화를 어떻게 촉진했는지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특히 핑커는 도덕 철학자들과의 이론적 논의를 통해, 폭력이 감소한 원인이 단지 제도나 경제 성장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뇌과학, 심리학, 유전학 등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한 설명은 이 책을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인간 이해서’로 확장시킨다. 핑커는 말한다. “우리가 본능을 초월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본능 안에 이성과 연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책 전체의 핵심 메시지를 응축하고 있다.
왜 지금이 인류 역사상 가장 나은 시대인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단순히 과거의 폭력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핑커는 궁극적으로 "지금 이 순간이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라는 주장을 통해 독자에게 낙관적 관점을 제안한다. 물론 그는 현재의 문제들을 부정하지 않는다. 여전히 전쟁은 존재하고, 범죄와 차별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비율과 추세’를 강조한다. 과거에는 당연시되던 폭력이 지금은 사회적으로 금지되며, 점차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민주주의, 인권, 교육, 언론의 자유 등이 인류 진보의 핵심 동력임을 설명하며, 이러한 제도가 유지되고 강화되어야 한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이 책은 단순한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근거 있는 희망, 통계에 기반한 낙관을 제시한다. 그래서 독자들은 책을 덮는 순간, 세상을 더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지적 도구 하나를 손에 쥐게 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폭력이라는 인류의 오랜 문제를 데이터와 철학으로 조명한 걸작이다. 스티븐 핑커는 이 책을 통해 ‘세상은 생각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전달하며, 독자에게 이성적 낙관과 비판적 사고를 동시에 요청한다.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싶다면, 이 책은 필독이다.